2010. 1. 11. 11:59ㆍ시나브랭 끄적 끄적
먹고사는 것이 예같지 않은 탓이겠지
나이 마흔이 넘어 오십을 바라보면서 손자 손녀를 보던 시절도 있었는데
잘먹고 잘사는 나라에 임한 은혜로 오십을 넘어서도 애 취급당하는 시대에 산다
고향 춘천의 어린시절
겨울은 왜 그리 추웠는지.
겨울 방학이면 설산을 오르내리며 눈을 못이겨 부러진 소나무를 베고
얼음폭포를 미끄럼 타며 나무한동이 끌고 내려오면 쉬 꺼지던 배
화롯불에 데운 굳어버린 좁쌀 밥을 으깨어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할배를 따라 다시 산으로 올라갈때,
도회지 아이들처럼, 까만 운동화에 횐색 구두, 설가는 기차 한번 타봤으면,
한자로 잘라낸 소나무는 마당에 쌓고, 긴긴 동짓달 사랑방은 눈덮인 밭을 따라 길게 심어논
거울 뽕나무 등걸을 베어 한짐 지고 들어오면 노루꼬리 만큼한 겨울해가 진다.
소여물을 끓이고 배고픈 외양간의 암소는 하얀입김을 불어내며 흔드는 도리질에 울리던 워낭소리
발갛게 익은 볼에 가끔씩 산넘어 서울을 동경하는 소년의 손길은 하릴없이
타들어가는 부엌 장작불에 아른거리는 서울을 꿈꾸었다.
나이서른에 사업을 해 보겠노라 설로 떠난 아비와 어미는 젋은 할배와 할미를 남겨놓고
교통사고 끝에 황톳물이 넘처나던 개천을 건너 싸를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눈물도 말라버린 할배와 할매는 긴 겨울밤 머리를 쓰다듬으며 헛기침에 눈물을 감췄다.
그 겨울 몇해가 더가고
온기로 감싸주던 아비와 어미의 품을 대신하던 할배와 할매도 시름시름 가슴앓이 끝에
잔설 날리는 겨울의 끝
막데적골 양지바른 곳에 산자락을 울리는 슬픈 장송곡속에 자리를 펴셨다.
문풍지를 두들기는 동지섯달 그뭄의 초생달이.
그래서 지금도 슬픈 까닭이다.
중학을 마친 누이는 동생들 공부시키겠다고 설러 식모살이 떠난 집
제일로 허전하던 초등학교 점심시간
가난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게하고
엄마품보다 더깊고 따스한 누이의 보살핌
중학교 3학년이 되던 아이
세상은 무엇을 해서 먹고사는지에 대한 때이른 인생살이를 느끼게 하던 여름밤
동네 사범대학에 다니던 형을 느닷없이 찾아가 던진 말
형!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 당시 사우디로 나가던 노동자를 양성하던 직업학교와
가난한 아이들이 표상이 된 기계공고를 들어가면 사우디로 나가는 길이 열린다길래
3년치 교과서를 쌓아놓고 호얗불에 밝힌 몇개월
국가가 주는 장학금으로 학교를 마친 그 아이가
이제 세계를 돌아
여기에 서있다.
내 인생의 멘토가 된 그시절의 그 몇마디가
지금
나를 일으커 세웠다.
멘토....
넘처나는 인터넷의 어줍잖게 포장된 얼굴의 뒷거래가 아닌
진정한 인생의 횃불을 밝혀주는 젊은이들로 키워내는
인생의 등대가 되는 그런 의미가 되는
싸릿골 언덕의 어미와 아비를 닮거라~~~~~~
]
경인년 새해에 비탈이가 드리는 아침인사
'시나브랭 끄적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숨소리의 감사 (0) | 2010.01.18 |
---|---|
[스크랩] (0) | 2010.01.13 |
[스크랩] 새해인사 (0) | 2010.01.04 |
[스크랩] 조용한 노래모음 (100곡) (0) | 2010.01.04 |
[스크랩] 신년아침 무창포 (0) | 2010.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