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랭 끄적 끄적

[스크랩] 가을 아침에

앤써니 2010. 10. 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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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  비탈

 

돌담 새 말라 비틀어진 나팔꽃  마른가지 위

깰새라 살금 살금 다가서면 그놈 머리를 살짝 돌리다 이내 숙인다

잡았다

꼬리를 잡아챈 사이 사정없이 내 손가락을 물어 뜯는 이놈은 가을의 오수를 즐기는

고추잠자리

 

파랗다 못해 시린가을하늘

책보따리를 둘러메고 파한 학교를 뒤로 하고 오는 길

누렇게 익은 가을의 들녁

고개숙인 해바라기

섬섬이 쌓아놓은 들깨더미 사이

방아깨비를 잡고

홀연히 머리를 들고 째려보는 이놈

사마귀

무서워 뒤로 물러서다 작대기 들고 한방 내려치니 배터저 널부러지는 이놈

그래~~~ 이넘아 누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눈깔 치 뜨라 했더냐

 

어스름한 저녁

달빛에 뿌려놓은 소금밭인양 언덕으로 하얗게 빛나던 메밀밭

한참을 바라보노라니 홀연 하얀 소복입은 처자가 다가온다~~~

엄마야   ~~~

소스라치게 놀라 줄행랑을 놓다 돌부리를 차고

파랗게 멍든 발가락에
빨간 아까정기를 바르고

목화솜 돌돌 말아 발가락을 감싸 실로 동여맨 저녁

 

무쇠솥에 익은 고구마 옥수수를 소쿠리에 담아

둘러 앉은 저녁

뒤척이며 헛기침에 정적을 깨는 시골집 외양간

걸죽한 막걸리 한잔에 시름을 달래는 할아버지 잃어버린 동공을 바라보다

아이는 이내 잠이든다

 

낼 아침

바람이 많이 불면 수풀사이 반짝이는 밤을 주우러

아이는 이불깃 끌어 머리를 묻는다

 

수십년이 지난 뒤에도

삐끔이 열어놓은 창틈으로 찾아드는 가을의 새벽공기는

밤을 주우러 가던날처럼

가래를 주우러 가던 날처럼

 

그렇게 날 깨워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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