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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날엔 뭘 했을까

앤써니 2009. 12. 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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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가을날

뭘하구 지냈을까

 

다래랑 머루랑 따러

뒷산 깊이 들어갔다가

홀연

뒷자락 검은 그림자 놀라

한달음에 뛰처 내려오던 산길

 

숨바꼭질 끝에

숨어든 들깨밭

그 향에 취해 잠든 오후

코끝에 앉은 고추잠자리

단잠을 깨우다

 

당장 밑 매드라미

고추잠자리 단잠 깨워

꼬리 떼고 강아지 풀 꽂아

파아란 하늘로 시집 보냈다

 

옥수수 수염을 다듬어

머리에  이고

담장 너머 온 바알간 감 따다

홀로사는 할머니 호통에

담벼락 끝에 머리를 찧다

 

군청색 군복이 하얗게 바래도록

등짝으로 흘러내린

할아버지 땀방울을 먹고

 

가을걷이 끝에

군불 집히고

아랫목 이불속

겨울로 간다.

 

 

 

 

 

 

 

 

출처 : 파파안달부루스
글쓴이 : 비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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